Cyberpunk: Edgerunner

생성일
2024/11/20 21:54
태그
스포일러 주의.
나온지 몇달이나 된 애니메이션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파리로 떠나는 밤 버스에 타고 맥주를 마시며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저장해놨던 시리즈지만, 보고 나니 이렇게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대했던 게 약간은 후회가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애니를 완전 처음 접하거나 본 것은 아니다.
2022년에 작품이 나오고, 유튜브 등 각지 관련 컨텐츠의 댓글창에 소위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글 들을 많이 읽었다. 그 때 시간을 내서 볼까 하여 첫 화를 보는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이버펑크 같은 장르는 별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고 거기에 애니메이션의 빠른 호흡이 조금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1화를 보던 중에 하차했었다.
그러다 최근, 인턴쉽이 끝나고 다음 취준을 하며 쉬던 도중에 우연히 사이버펑크: 2077 게임이 세일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재미나 볼 까 하며 플레이를 하게되었다. 이번 글의 주제가 애니메이션인 터라 게임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게임만으로도 후유증이 많이 남은 상태였다. 특히 여러가지로 뭔가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이지 않았던 시기라 게임의 스토리, 연애(게임 내), 그리고 선택지 시스템이 무언가 표현하긴 어렵지만 내게 깊은 인상을 줬었던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맨 처음과 이어진다. 그냥 약간의 새벽감성으로 글을 쓰는 터라 구조가 조금 중구난방이지만, 딱히 독자를 바라며 쓰는 글은 아니기에 이제 애니메이션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가보려고 한다. (스포일러 주의)
평점
완성도: 3.5/5
그래픽: 4.5/5
스토리 몰입감: 4.8/5
사실 긴 서론과 감명받은 듯 표현한 것에 비해 평점은 좀 낮게 매겨진 것 같다. 이는 내가 평점을 매기는 방식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지만서도 객관적인? 시각을 좀 가미하고 싶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좋아한 사람이라면 이 애니를 분명 사랑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1.
사이버펑크의 세계관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화는 주인공이 사이버 사이코의 사건사고 BD를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혹시 사이버펑크의 세계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자면 이건 스너프필름이나 고어물과 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전에는 사실 이 개념을 첫화부터 보여주니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해서 몰입이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어린 학생임에도 이런 걸 보고 두려워하기는 커녕 신나며 감탄사를 뱉고 있는 장면은 자연스럽기때문에 넘어지는가는 듯 하지만 우리에게 많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만 봐도 알 수 있듯 사이버펑크 세계관 주민들의 윤리관은 지금 우리의 기준과 사뭇 다르다. 이게 특히 나타나는 건 바로 엣지러너 크루원들이 동료의 죽음을 다루는 부분이다. 특히 이질감이 드는 건 레베카의 오빠가 허무하게 (물론 지 혼자 시비걸다가 대상을 잘못골라서 죽은거지만) 떠난 이후에, “저 놈은 내가 죽였어야한다”고 약간의 분노 또는 흥분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리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비슷하다. 아니, 사실 마인과 데이비드의 죽음울 제외하면 딱히 누구든 조금 슬프다 정도의 감정 이외에는 별 다른 반응이 없다.
왜 이럴까?를 생각해보면 사실 당연한 것 같다. 여기서 사실 인간의 정의는 좀 희미하다. 몸을 기계로 대체하는게 일반적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점점 애매해져가는 나의 범위에 맞서 어떻게 변해갈까? 라는 질문에 사이버펑크는 “허무주의”로 답하고 있다. 더 이상 삶과 죽음 등의 가치가 없어지고 격차도 극단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눈 앞의 돈, 마약, 섹스 등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설득력 있는 디스토피아가 아닐 수가 없다. 요즘 우리가 이렇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것만도 같다.
이 애니의 결말에서는 아무것도 손에 들고 있지 않은 것 같던, 허무주의를 상징하는 듯한 루시가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일방적인 사랑을 해주던 데이비드를 잃고, 데이비드의 마지막 꿈이자 자신의 꿈이었던 달로 떠나 환상을 보며 마무리하는 건 시청자로 하여금 이 허무주의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써놓고 보니까 좀 과몰입한 것 같네
2.
애니메이션이 얘기하는 것 vs 내가 기대했던 것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뽑아야 한다면, 그건 전투씬도, 주인공도, 남자의 심장을 뛰게하는 메카물도 아닌 바로 이 노래다.
조금 따지고 보면, 이 애니메이션은 사실상 이 노래를 위한 빌드업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슬픈 결말임을 알고 있었지만, 달 밑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쓸쓸해하는 건 예상 이상으로 감정을 자극한다.
그래서 내가 정주행을 시작하면서 기대한 것도 이 클리셰적인 감정을 얼마나 잘 빌드업하여 표현하느냐였다. 솔직히 말해서 드라마의 호흡이나 전개 속도 면에서 좀 아쉬운 게 있긴 하지만 이 클리셰 하나만큼은 기대한 만큼, 아니 기대 이상으로 가슴을 울리게 하는 것 같다.
특히 노래의 완성도가 이 부분에 힘을 더해준다.
인트로의 쨍하면서도 내 귀를 잡아채는 신디 사운드는 마치 드라마 초반에 루시의 손에 이끌려 유혹당하는(?) 데이비드의 시점 같다가도, “so, get away” 부분부터 시작되는 마치 달에서 뛰어 노는 어린아이같던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평소와 다른 이질감을 느끼는 루시의 모습같기도 하다.
점점 고조되는 베이스 파트와 함께, “What do you wanna do” 부분에서는 찢어지는 사운드와 함께 빠른(신나다, 빠르다, 과열되었다 등 여러 표현을 생각해봤으나 어느 것이든 적절한 느낌이 아닌 것 같다.) 느낌으로 받친 감정을 과격하게 토해내듯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신나는 사운드 같으면서도, 심장이 뛰는 게 아닌 예견된 안타까운 비극을 보는 것처럼 약간의 슬픔을 불러온다.
노래에 대한 내 생각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 파트로 넘어가기 전 “왜 평점이 저렇게 낮은가?” 에 대한 내 스스로의 질문을 위해 좀 해명을 해보겠다.
사실 그래픽이나 몰입감 파트에서 무언가 까내릴 만한 내용은 없다. 특히 몰입감은 사이버펑크 게임에서 보던 장소, 시설, 인물 등을 보며(게임의 시점은 2077년, 애니메이션은 2074-76년이므로 시점이 일치한다.) 몰입감을 특히 키운다. 가장 기억나는 요소들은 와카코가 여러 임무를 중개한다는 것, 아담 스매셔와 그리고 주인공의 집이다. 엥? 뜬금없이 뭔 집?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구조가 너무 V (게임의 주인공 이름)의 집과 일치해서 뭔가 진짜 익숙한 느낌이 든다.
완성도 면에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특히 강하게 든 부분이 1화이다. 이 한 화에서만 데이비드의 원래 삶, 어머니와의 갈등 그리고 사고, 루시와의 만남, 데이비드의 각성까지 아주 많은 내용이 진행된다. 이 속도가 너무 빨라서 데이비드의 감정에 몰입하는게 좀 방해받았던 것 같다. 어머니의 사고, 루시와의 첫 만남 등의 장면에서 전환을 멈추고 노래를 없애는 등 시청자의 뇌리에 좀 더 각인시켰다면 주인공의 각성 파트가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10편이라는 짧은 분량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일반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12편 단위로 출시하여 1-2화에 서론 역할을 좀 더 튼튼히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결론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이 글을 새벽감성에 휘갈겨 쓴 것이지 전혀 무언가 논리적으로 전달하고자 싶은 내용이 있어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다. 사실 쓰면서도 내가 뭔 말을 하려는건지도 헷갈려하기에, 기대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이 글을 읽었다면 “친구가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고 뭔가 진지한 척 개소리를 한다” 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주면 좋을 것 같다.
끗.